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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 001 - Walter Isaacson, <Elon Musk>

읽은 기간 : 2025.03.11 - 2025.03.12

 

1. 저자에 대하여

저자 월터 아이작슨은 CNN 등 방송업계의 CEO를 맡았던 적이 있으며, 전기 작가로서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로 유명하다. 이외에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전기도 저술하였다.

이 책은 머스크를 2년동안 따라다니면서 일상을 관찰하고 머스크와 주변인을 인터뷰하여 만든 책인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머스크를 너무 호의적으로 바라보았다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좋아하는 Polytopia 게임이 머스크의 전략적 통찰력과 위험선호 성향에 대한 방증을 한다는 식으로 서술하는데, 이 게임이 사실은 캐주얼한 게임이고 전략적으로 깊지 않고, 이 얕음이 머스크의 얕음을 반영할 뿐이라고 지적하는 기사가 있었다. 다만 개인적 의견을 내자면, 여유 시간에 짬을 내서 하는 비디오 게임에 대해 다들 너무 과몰입하는 것 같다.)

 

2. 책의 내용

내용적 구성으로는 크게 특출나지는 않다. 일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전기이고, 대체적으로 시간 순서로 흘러간다. 초반에는 모든 장을 다 읽었지만 후반에 가서는 (어차피 머스크의 공학사업적 능력은 앞에서 많이 보았기에) 트위터 관련한 장들만 골라서 읽었다. 시기적으로는 2023년에 끝나는 책이라 트럼프 지지와 같은 현재 이슈들은 다루어지지 않아 굉장히 아쉽다. 추후 개정증보판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이 책에서는 머스크가 트럼프를 처음 볼 때는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았고, 이후에 '뭐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네' 정도로만 생각한다고 서술되어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게 된 계기가 짐작은 되지만, 이에 대해 머스크 본인의 이야기를 꼭 들어보고 싶다.

 

3. 인상적이었던 점 / 느꼈던 점

우선 나는 전기 작가로서 아이작슨의 신뢰도가 크게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기 서술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는 호의적이어야 전기가 나온다는 사실을 여러 전기를 읽으면서 깨달았기에, 그것을 고려하면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장단점을 모두 바라보려 노력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따라서 아이작슨의 서술이 신뢰할 만하다는 전제 하에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1) 농도가 짙은 사람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머스크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머스크는 농도가 짙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high-intensity이다). 만족하고 쉰다는 개념을 경멸하고, 리스크와 위기를 선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만들고 다닌다. 그와 동시에 정말 공상적인 수준의 이상들(AI 정렬, 화성 식민지화, 에너지 전환, 표현의 자유 수호)을 - 최소한 대부분의 날들에는 - 진심으로 믿고 있다. 동시에  어린이 같은 장난기가 넘치고 동시에  (최소한 공학 관련 사업들에 대해서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으며 동시에  독선적이며 음모론을 잘 믿고...

이 정도의 성격과 사고방식은 내 주변에는 정말로 처음 본다; 하기야 제도권 교육기관을 성실하게 다닌다는 사실 자체가 성격에 대해 어느 정도 신호를 주리라. 책에서는 'reality-distorting field' (현실을 왜곡하는 장) 라는 표현을 쓰는데, 굉장히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머스크는 세상에 스스로를 절대 적응시키지 않고, 세상을 자기에 적응시키는 사람이다. 이것이 잘 드러나는 사례가 테슬라 전기차 생산에 대한 일화인데, 공장을 증설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테슬라 공장에서 먹고 자면서 생산 라인를 뜯어고쳐 몇달 만에 생산량을 세배 가까이 늘린 사례가 있다. 이 과정에서 캘리포니아 주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공장 주변의 공터를 간이 생산 라인으로 만들고, 안전 센서를 대량으로 줄이거나 직원들에게 고강도 근무를 반강요시키기도 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가 정치권력을 획득하려고 노력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에서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려 최고를 원하는 시나리오 - 거의 드라마에 나오면 욕먹을 법한 내용 아닌가. 심지어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애초에 머스크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에 가까웠는데,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검열된다는 불만 - 그리고 자신의 자식 한 명이 성전환을 한 후 공산주의자가 되어 자신과 의절한 사건 - 때문에 공화당 지지자로 돌아서게 되었다)

 

2) 인생을 사는 방식의 다양성

내가 전기를 읽는 주된 이유는 1) 역사적인 배경을 알기 위해서거나, 2) 내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어떤 통찰을 얻기 위함이다. 머스크의 전기는 주로 2)에 대해서 통찰을 주었다. 딱히 거창한 통찰은 아니고, 그냥 '저런 식의 극단적인 인생도 살아갈 수는 있구나...' 정도이다. 사실 머스크의 강박적 리스크테이킹과 안정을 혐오하는 성격을 빼면 굉장히 보람찬 삶일 것 같은데, 또 그 강박적 리스크테이킹과 안정을 혐오하는 성격을 빼면 저 정도의 미친 성과를 낼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딱히 본받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재산은 본받고 싶다.

아무튼 어떻게 살더라도 주변에 누군가는 있고, 누군가는 적으로 만들며, 그 사실 자체는 바꿀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머스크가 나 또는 내 주변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예컨대 실리콘밸리 어딘가에 취직해서 (전기를 쓰기 민망할 정도의)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뭐 어차피 옆에 누군가는 있고, 누군가는 그를 싫어하지 않았을까. 단지 그게 누구인가가 달라졌을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결국 누구나 자기 성격의 파괴적인 부분들을 조절하려고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자기가 생긴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겠구나...라고 느꼈다.

 

4. 총평

전기가 조금 길다. 그렇지만 머스크의 성격에 대해 꽤 통찰을 줬던 것 같다. 왜 요즘 저런 행보를 보이는지 (머스크는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음모론을 많이 믿는다. 그래서 나치 사상에 물들어서 '그 경례'를 한 것이 그리 놀랍진 않은 것 같다. 다만 그렇기에 저 사람이 트럼프랑 같이 백악관에서 일을 하는 것이 두 배로 우려스럽기는 하다), 어떻게 과거에는 그렇게 칭송받던 사람이 요즘엔 저러고 있는지 (사실 과거에도 독선적이고, 괴짜 같은 성격들이 충분히 존재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주로 공학사업에 전념해서 정치적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고, 음모론에 덜 빠져있었다. 또한 머스크는 기본적으로 공대생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트위터 인수나 정계 진출처럼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일에는 서투른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머스크 관련주에 대한 투자를 한 것은 없지만, 내 의견은 다음과 같다:

머스크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보았을 때 장기적으로는 잘 나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그 우여곡절을 감당하지는 못할 것 같으니 투자하지 말아야겠다;

 

 

테슬라 투자자, 전기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머스크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책을 읽을 때 탁월한 글재주 자체를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